서론: 하수슬러지 처리의 현황과 과제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하수슬러지는 국내 환경관리에 있어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핵심 과제입니다. 30년간 환경공학 분야에서 연구해온 전문가로서, 국내 하수슬러지 처리 문제의 현황과 해결책에 대해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특히 수도권매립지 반입금지 조치 이후 더욱 심각해진 처리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저탄소·친환경 기술에 대한 접근법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하수슬러지는 하수처리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부산물로, 그 처리 방법은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특히 최근의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하수슬러지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저감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국내 하수슬러지 처리의 현황과 문제점
매립 의존에서 소각·연료화로의 전환과 한계
과거 국내 하수슬러지 처리는 주로 매립에 의존해왔습니다. 그러나 수도권매립지의 반입금지 조치가 시행됨에 따라 많은 지자체에서는 건조 후 소각이나 발전소 연료 등으로 처리 방식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다음과 같은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 에너지 이중소비: 슬러지를 건조하는 데 에너지가 소비되고, 이후 소각 과정에서 다시 에너지가 투입되는 이중 소비 구조가 발생합니다.
- 악취 발생: 건조 및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유발하고, 시설 설치에 대한 사회적 저항을 초래합니다.
- 온실가스 배출: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기후변화에 기여하며,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장애물로 작용합니다.
- 자원 회수의 제한: 단순 소각 처리는 슬러지에 포함된 유용한 자원(질소, 인 등)의 회수 기회를 상실하게 합니다.
통합바이오가스화 사업의 가능성과 한계
최근에는 통합바이오가스화 사업을 통해 하수슬러지를 처리하는 방식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유기물의 혐기성 소화를 통해 메탄가스를 생산하고 이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존재합니다:
- 잔여 소화슬러지 발생: 혐기성 소화 후에도 상당량의 소화슬러지가 발생하며, 이에 대한 후속 처리가 필요합니다.
- 시설 구축 비용: 통합바이오가스화 시설의 초기 구축 비용이 높아 많은 지자체에서 도입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 효율성 문제: 하수슬러지의 특성에 따라 바이오가스 생산량이 변동될 수 있어 안정적인 에너지 회수에 한계가 있습니다.
퇴비화의 가능성과 사회적 수용성 문제
소화슬러지를 퇴비화하여 농업용 토양개량제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으나, 이 역시 몇 가지 중요한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 악취 문제: 퇴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는 시설 주변 지역의 민원을 유발합니다.
- 중금속 및 유해물질 우려: 하수슬러지에 포함될 수 있는 중금속이나 유해물질에 대한 우려로 농업용 활용에 제한이 있습니다.
- 품질 안정성: 슬러지 성상의 변동성으로 인해 일정한 품질의 퇴비 생산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 사회적 수용성: '하수'에서 유래한 물질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퇴비화된 제품의 사회적 수용성이 낮습니다.
저탄소 친환경 하수슬러지 처리 기술의 발전
SOC 슬러지 악취저감제의 혁신적 성과
인천시에서 활용하고 있는 SOC 슬러지 악취저감제는 하수슬러지 처리에 있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다음과 같은 다양한 이점을 제공합니다:
- 함수율 저감 효과: SOC 투입으로 슬러지의 함수율이 저감되어 탈수케이크 발생량이 15-20% 이상 감소하는 효과가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후속 처리 비용 절감에 직접적인 기여를 합니다.
- 악취 저감 효과: 슬러지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효과적으로 제어하여 민원 발생을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성남 현대그린푸드 스마트푸드센터 폐수처리장의 사례에서 그 효과가 입증되었습니다.
- 다중 환경 이점: 탈리액의 인 제거 효과, 소화조에서의 황화수소 저감, 메탄가스 생산량 증가 등 다양한 환경적 이점을 제공합니다.
- 토양개량제 활용 가능성 증대: 악취가 저감된 슬러지는 토양개량제로서의 활용 가능성이 높아져 자원순환 촉진에 기여합니다.
- 저탄소 기술: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온실가스 발생을 저감하는 저탄소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수슬러지 처리를 위한 다양한 친환경 기술 접근법
SOC 외에도 하수슬러지의 친환경적 처리를 위한 다양한 기술적 접근이 연구 및 개발되고 있습니다:
- 고급산화처리기술(Advanced Oxidation Processes): 슬러지 내 유기물을 효과적으로 분해하여 발생량을 줄이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 열분해(Pyrolysis) 기술: 산소가 없는 조건에서 슬러지를 열분해하여 바이오차(Biochar)와 합성가스를 생산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 수열탄화(Hydrothermal Carbonization): 고온・고압의 물을 이용하여 슬러지를 탄소가 풍부한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 미생물 연료전지(Microbial Fuel Cell): 슬러지 처리 과정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로, 에너지 회수와 처리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습니다.
- 조류 기반 처리: 미세조류를 활용하여 슬러지의 영양분을 흡수하고 바이오매스를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 중입니다.
이산화탄소 저감에 기여하는 하수슬러지 처리 방향성
에너지 회수 최대화 전략
하수슬러지 처리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회수를 최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 혐기성 소화 효율 개선: 전처리 기술 및 소화조 운영 최적화를 통해 메탄가스 생산량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 열에너지 회수 시스템: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회수하여 슬러지 건조나 시설 난방 등에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 재생에너지와의 연계: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슬러지 처리 시설의 운영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자원순환 관점의 접근
하수슬러지에 포함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회수하여 활용하는 것은 이산화탄소 저감에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습니다:
- 인(P) 회수 기술: 슬러지에서 인을 회수하여 비료 원료로 활용함으로써 화학비료 생산에 따른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질소(N) 자원화: 질소 성분을 회수하여 농업용 비료나 산업 원료로 활용하는 기술 개발이 필요합니다.
- 바이오플라스틱 원료화: 하수슬러지에서 추출한 지방산을 활용하여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원료로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정책적・제도적 지원 방안
기술적 접근과 함께 정책적・제도적 지원이 조화를 이루어야 효과적인 하수슬러지 문제 해결이 가능합니다:
- 저탄소 기술 인센티브: 이산화탄소 저감에 기여하는 하수슬러지 처리 기술에 대한 재정적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합니다.
- 자원회수 의무화: 하수처리장의 자원회수(에너지, 영양염류 등)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 기술 표준화 및 인증: 친환경 하수슬러지 처리 기술에 대한 표준화 및 인증 제도를 통해 신뢰성 있는 기술 보급을 촉진해야 합니다.
- 지역간 협력 체계: 개별 지자체 단위가 아닌 광역 단위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효율적인 처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 하수슬러지 처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제언
하수슬러지 처리 문제는 단순한 폐기물 관리 차원을 넘어 기후변화 대응과 자원순환이라는 더 큰 맥락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 기술 우선순위의 재설정: 에너지 소비가 과다한 단순 플랜트 건설보다는 SOC와 같은 저탄소・친환경 기술을 우선적으로 도입해야 합니다.
- 통합적 접근: 하수슬러지 처리를 단일 기술이 아닌 여러 기술의 조합으로 접근하여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 순환경제 원칙 적용: 하수슬러지를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인식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사회적 인식 개선 노력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 연구개발 지원 확대: 하수슬러지의 효율적 처리와 자원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여 국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 장기적 비전 수립: 단기적 처리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수슬러지 발생량 자체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환경공학 전문가로서 30년간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하수슬러지 처리 문제는 분명 해결 가능한 과제입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기술적 혁신, 제도적 지원, 사회적 수용성 확보가 삼위일체를 이루어야 합니다. 특히 SOC와 같은 혁신적 기술의 적극적 도입과 검증을 통해 하수슬러지 처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결국에는 탄소중립과 자원순환이라는 미래 환경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